여러 의미로 해석 가능한 은유들이 장소를 흥미롭게 만들고 이 건축물을 예술작품처럼 기억하고 경험하게 합니다.
Q. 산악문화체험센터는 우리가 흔히 접하는 공공건축물은 아닙니다. 대지가 쓰레기 매립장이었다는 사실도, 외관의 형태도 매우 독특한데, 주요 건축적 특징은 무엇인가요?
산악문화체험센터는 상설 및 기획 전시실과 등반을 체험하는 시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주요 건축적 특징은 외벽을 경사지게 만들어 그 벽면 내외부를 등반용으로 활용하도록 계획한 점입니다. 경사진 외벽은 내부 공간뿐아니라 마당을 포함한 외부까지 둘러싸여 있고, 마당 영역의 외벽에는 국제대회가 가능한 규격의 암장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외벽으로 둘러싸인 내외부 공간의 경계는 투명 유리를 사용해 시각적으로 연결되도록 했습니다. 내부 공간의 기능은 느슨하게 계획하여 가변적이고 참여적으로 사용하도록 했습니다. 시설 프로그램은 여러 기능이 작은 면적으로 나눠져 있지만, 대부분의 기능을 폐쇄적이지 않고 열린 형태로 계획하여 운영 방법에 따라 전체 공간이 체험시설이면서 동시에 전시공간이 되고자 했습니다. 특히 국제대회가 열릴 경우 대부분의 공간이 국제대회용으로 변화됩니다. 실제로 2023년 IFSC 서울 스포츠 클라이밍 청소년 세계선수권대회가 이곳에서 개최되었고, 참여한 외국인들의 호평 속에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천여 명의 참가자들이 모인 이 작은 공간은 외부 암장에서 벌어지는 경기를 감상하기 위한 객석이 되었습니다.
Q. 산악문화의 본질을 어떻게 포착하고 전달하려고 하셨나요?
산악문화는 자연에 대한 감각으로, 우리는 문명사회에 살고 있어 도시든 시골이든 인공적인 환경 속에 살아갑니다. 공원이나 농경지는 우리가 문화적 자연이라 부르듯 사람들의 손에 의해 형성된 인공물입니다. 산악지역만이 순수 자연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보다 근본적으로 네팔이나 알프스의 산악문화가 원시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어 인류학적 기원을 이야기하곤 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산악문화는 문명과 순수 자연을 연결시켜 주는 베이스캠프입니다. 전시는 거시적이고 인류학적인 관점에서 자연과 문화의 기원을 다룸과 동시에, 대지가 면하고 있는 하늘공원, 노을공원의 새로운 패러다임인 도시공원과 자원회수시설의 의미를 연결해보고자 했습니다. 전시와 클라이밍 체험 프로그램이 이용자에 의해 다양한 방식으로 결합되어, 산악문화의 본질을 살리면서 새롭고 창의적인 프로그램으로 진화되길 기대합니다.
Q. 설계의 시작은 박영석 기념관이었다고 들었습니다. 박영석 대장의 여정과 업적을 반영하는 상징적인 건축적 요소가 건축물에 어떻게 표현되어 있는지요?
계획의 시작은 2011년 네팔 안나푸르나에서 실종된 고 박영석 대장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시설을 건축하는 것이었습니다. 박영석 대장은 청소년들의 도전정신을 기르는 것에 관심이 많았고, 이 의도로 박영석 탐험문화재단은 국토순례대장정과 같은 행사를 매년 개최했습니다. 서울시, 문화체육관광부 그리고 마포구의 지원을 받아 진행된 이 프로젝트는 직설적인 기념관이 아니라 박대장의 도전정신을 청소년들에게 고취하기 위한 체험시설로 구체화되었고, 이 시설을 통해 박영석 대장의 정신을 은유적으로 전달하는 목적으로 추진되었습니다.
전체 건축은 그가 실종된 안나푸르나의 형상을 추상화했습니다. 동시에 이 형상은 등반의 작전을 짜는 베이스캠프의 확대된 모습이기도 합니다. 더하여 산에서 희생된 수많은 산악인을 위한 추모비이기도 하고, 가볍게 생각하면 아이들의 재미있는 놀이터가 될 수 있기를 희망했습니다. 이렇게 여러 의미로 해석 가능한 건축적 은유들이 이 장소를 흥미롭게 만들고, 이 건축물을 예술 작품처럼 기억하고 경험하게 합니다. 건축 공법은 하늘공원과 노을공원의 인공적인 산에 놓인 바위를 연상시키도록 거친 노출 콘트리트로 외관을 마감했습니다. 이 재료는 박 대장의 불굴의 의지를 표상하며, 경사진 외관은 산속 바위처럼 세월의 흔적을 받아 풍화되어 자연에 녹아들기를 기대했습니다.
Q.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직면했던 가능 큰 어려움은 무엇이었고,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여러 지자체의 협의가 필요한 이 프로젝트는 합의가 중요했습니다. 박영석 재단, 서울시, 문화체육관광부 각각의 요구가 있어 하나의 건축물로 통합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습니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서울시 예산으로 준공하면서 박영석 이름을 사용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박영석 대장에서 시작한 이 건축에 그의 이름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난감한 문제였습니다. 건축가의 입장에서도 건축을 설명할 수 없고, 이용하는 시민들의 관점에서도 박영석 대장의 이름이 있다면 이 공간을 즐기고 기억하기에 더 효과적일 테니까요. 그 설계 의도와 과정을 알리기 위해 노력 중이고, 이러한 의미를 인정받아 2023년 서울시 건축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Q. 혹시 산악문화체험센터 프로젝트에 영향을 준 개인적인 산악경험이 있으실까요?
저는 홍익대학교에서 산악부 지도교수를 맡고 있습니다. 정기적으로 학생들과 산행을 합니다. 특히 인수봉을 오를 때는 밤에 야영을 하고 아침이 되면 정상에 도전합니다. 등반도 협업이 필요하지만 야영의 경험 또한 인상적입니다. 산에서 밤이 되면 아무것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습니다. 오직 동료들만 존재합니다. 이 경험이 그때 함께했던 사람들의 관계를 엮어주고 오랜 기억으로 남게 합니다. 이 건축의 뼈대는 고정적이지만 그 속에 수많은 사람들의 모임과 관계의 역사가 축적되기를 상상합니다.
Q. 본 건물에서 교수님이 가장 애착하는 공간이 어디인지 궁금합니다.
공연이나 회합의 공간으로 계획한 옥상마당입니다. 한강이 보이고 노을의 경관이 아름다운 옥상을 자연과 함께하는 열린 공연장으로 생각했습니다. 가장 자연을 느끼는 곳으로 엘리베이터까지 올라가게 만들었지만 예산의 부족으로 시설을 완성하지 못해 아직까지 행사가 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Q. 이 건물이 이용자 및 지역사회에 어떤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기를 바라시나요?
산악문화체험센터가 있는 마포 하늘공원과 노을공원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 도시공원입니다. 이곳은 과거 난지도라 불리는 쓰레기 매립장이었습니다. 이곳이 도시공원이 됨은 우리가 쓰레기의 순환 속에 함께 살아야 한다는 문명의 패러다임의 변화를 보여줍니다. 산악문화체험센터는 혐오시설이 아닌 일반 건축물로서 이곳에 들어온 최초의 영구시설입니다. 자원재생 속에 살고 있는 미래의 문화를 이해하는 중요 시설로 이 건축이 의미 있는 첫 발자국이 되길 바랍니다. 마치 박영석 대장이 미지의 세계에 도전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민현준은 홍익대학교 건축도시대학 학장을 역임하였고, (주)건축사사무소 엠피아트MPART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와 UC버클리의 환경대학원을 졸업하고 건축사사무소 기오헌, 미국 SOM(Skidmore, Owings & Merrill LLP)에서 실무를 익혔다. 도시공간에 관심을 가지고, 특히 사회(소통과 참여)를 키워드로 환경디자인에서 소규모 그리고 대형 건축물까지 분야와 규모를 넘나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주요작품으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현대자동차그룹 영남권 교육시설, 인천 뮤지엄 파크, 헤럴드 신문사 사옥, 콩치노 콘크리트 등이 있다. 대표작인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과 현대자동차 영남권 교육시설은 각각 한국건축문화대상 대통령상과 대한민국건축문화제 올해의 건축상을 수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