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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2026.10.21 읽기 8분

스마트 디자인, 스마트 건설_ 건축물 그 자체로 현대건축기술의 척도가 되다.

마치 도시 한복판에 불시착한 우주선처럼, 도시의 맥락과는 다소 무관해 보이는 형태이지만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큰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특별한 장소가 되기를 바라봅니다.




Q. 서울로봇인공지능과학관의 설계부터 준공까지 프로젝트를 이끈 키워드는 무엇인가요?

스마트 디자인! 스마트 건설!

발달된 컴퓨터 기술 덕분에 과거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형태를 이제는 자유롭게 디자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4차 산업혁명에 기반한 스마트 기술들이 그 혁신적인 디자인을 실현할 수 있는 시대를 더욱 앞당기고 있습니다. ‘로봇과학관을 짓는다’는 것은 단순히 로봇 전시를 위한 공간을 만드는 것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 행위 자체가 현대 건축 기술의 척도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전시의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설계, 제조, 건설 과정에서 로봇과 스마트 기술이 직접적으로 활용되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전 과정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로 작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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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남선


Q.  설계공모 당선부터 완공까지 지켜져야 할 이 프로젝트의 주요점들은 무엇이었고, 지켜졌는지 궁금합니다.

요즘 SF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슈트’나 ‘탑승형 로봇’을 타고 거대한 괴물들과 싸우는 장면이 자주 등장합니다. 최근 로봇 관련 뉴스를 보면, 이러한 ‘탑승형 로봇’이 실제로 건설 현장에서 활약할 날도 머지않아 보입니다. 인건비 상승과 숙련된 인력 부족이라는 현실 속에서 스마트 건설(Smart Construction)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이미 눈앞에 다가온 듯합니다. 다만, 건설 현장은 수많은 변수가 존재하는 복잡한 환경이며, 기술 개발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지만 아직 현장 로봇 시공(On-Site Robot Construction)에는 경제적·기술적 한계가 존재합니다. 그래서 디지털 패브리케이션* 기술을 활용한 OSC(Off-Site Construction)공법*을 주요 비정형 디자인 요소의 제작 및 시공 방식에 적용했습니다.


초기 콘셉트를 제외하고는 공사비와 여러 제약에 따라 대부분의 디자인을 현실에 맞게 수정하고 재설계했지만, 새로운 패러다임에 부합하는 구축 프로세스를 설계와 시공의 모든 과정에서 유지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설계 초기에는 주변에서 ‘로봇 태권브이가 현장에서 공사하는 거냐’며 장난스럽게 묻는 분들도 종종 있었습니다.


* 디지털 패브리케이션(Digital Fabrication) : 컴퓨터와 디지털 도구를 사용해 디자인을 구현하고 제작하는 공정으로, CAD(컴퓨터 지원 설계)소프트웨어와 CAM(컴퓨터 지원 제조) 기계를 통해 복잡한 형상이나 구조물을 정밀하게 제작할 수 있음. 이 기술은 3D 프린팅, 로봇 레이저 용접 및 커팅, CNC 밀링 등 다양한 제조 방식에 활용되며, 건축, 산업 디자인, 예술 등 여러 분야에서 혁신적인 제작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음.

* OSC공법(Off-Site Construction) : 건축물의 주요 부품이나 구조를 공장에서 미리 제작한 후,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 시공 속도와 품질을 향상시키고, 현장 작업을 줄여 안전성과 효율성을 높이며, 또한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고 건축 비용을 절감시킬 수 있음. 일명 ‘탈현장 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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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남선


Q.  건물의 형태가 독특하기 때문에 시공이나 재료선정 등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은데, 어떠했나요?

품질, 시공성, 경제성 등을 고려해 가벼운 알루미늄 금속판 소재를 주요 외장재료로 적용하고, 최대한 내외부의 모든 마감재를 단순화했습니다. 그런데 오랫동안 비정형건축 프로젝트를 경험해온 바로는 시공이나 재료선정 등의 어려움도 있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정확한 그리고 적합한 공사금액의 책정입니다. 비정형건축의 사례들을 조사해 보면 부실한 예산 책정이 공사의 부실로 이어지거나, 공사 중에 공사비가 과도하게 증가하여 건축주와 시공사 간의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설계자로서 정확한 금액이 책정될 수 있도록 꼼꼼한 설계 과정이 필요했지만 무엇보다도 적합한 공사비의 증액을 승인받기 위해 서울시를 설득하고 조율하는 데 정말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만 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수준 높은 국내 최초의 로봇인공지능과학관을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함께 노력해준 의뢰부서와 발주부서의 노고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Q.  인근에 창업센터 및 50플러스 캠퍼스, 서울사진미술관, 서울아레나 등이 있고 이와의 연계성을 고려하여 어떠한 배치 또는 인지 계획이 적용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창동역에서 시작해 마들로 13길 가로변을 따라 50플러스 캠퍼스, 사진미술관, 로봇과학관, 그리고 서울아레나로 이어지는 문화예술 테마거리가 조성될 예정입니다. 이 보행 동선의 공간적·기능적 연결을 위해 대지 한쪽을 단순히 개방하는 대신, 대지 경계와 건축물 사이에 물결이 흐르는 듯한 형상의 원형의 ‘켜(조경 공간)’를 설치해 건물을 감싸는 회랑 공간을 형성했습니다. 이 흐름의 시작이자 끝점인 대지의 코너(교차로 부분)에는 마치 날개 형태를 닮은 듯한, GFRC(유리섬유 강화 콘크리트)로 만든 게이트를 설치하여 보행자들을 환영합니다. 이 회랑 공간은 물결 형태에 따라 외부 보행 공간에서 보였다가 사라지며, 너머의 1층 유리 파사드를 통해 과학관 내부공간까지 보행자의 시선을 연장시킵니다. 내·외부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이 중성적인 공간은 보행자들을 자연스럽게 대지 안으로 끌어들이며, 대지 전체를 거닐도록 유도하는 힘을 갖고 있습니다. 이 공간은 어느 곳에서는 출입구와 만나고, 어느 곳에서는 가로변과 마주하고, 또 어느 곳에서는 서쪽의 사진미술관의 외부 공간과도 연결되며, 각각의 공간들을 입체적이고 유기적으로 이어주는 건축적 장치 역할을 합니다.



Q.  보통 전시공간은 천장이 높고, 기둥이 없어서 구조적 계획 및 시공이 쉽지 않습니다. 독특한 건축형태 속 대형전시공간을 시공하는데 구조적으로 어떻게 풀었는지 궁금합니다.

정확한 형상 제어와 넓은 공간 구성을 위해 지상층은 철골 구조로 설계하였습니다. 최대 직경이 42.5m인 원형 평면의 외곽에는 원의 중심을 기준으로 12개의 철골 기둥을 방사형으로 배치하였으며, 내부에는 2개의 계단실 박스를 구조 요소로 사용하여 별도의 기둥 없이 넓은 전시 공간을 구현했습니다.

그리고 4층의 무주공간을 완성하기 위해 반구 형태의 지붕 구조틀을 적용했습니다. 그 형상 원리는 돔의 중심점으로 모이는 방사형 지붕틀이 가장 합리적이겠지만, 이곳의 돔 지붕을 위에서 보면 외부 패널의 마감 패턴은 방사형이 아닌 약 5m x 5m 크기의 바둑판 모양으로 반복됩니다. 지붕 구조틀의 형태와 지붕 패널 마감재를 지탱하는 하지틀의 패턴이 다를 경우, 하지틀을 위한 추가적인 지붕 구조틀이 필요해지며, 방사형과 바둑판 모양이 겹쳐 불규칙한 지붕 구조가 생깁니다. 이렇게 되면 비용이 추가로 발생할 뿐 아니라, 천장이 노출되는 디자인의 경우 서로 다른 패턴이 혼재하여 내부 디자인이 혼란스러워질 수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각 층에서 올라온 12개의 방사형 외주 기둥을 4층에서 바둑판 형태로 연결하여 지붕 철골 빔의 형태가 바둑판 모양으로 전환되도록 설계했습니다. 이로 인해 제작과 시공이 다소 까다롭지만, 내외부 패턴이 일치하는 경제적이고 합리적인 지붕 구조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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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남선


Q. 서울로봇인공지능과학관에서 제일 특징적인 공간은 어디인가요?

물결이 흐르는 듯한 유선형의 콘크리트 게이트를 지나 과학관 로비에 들어서게 되면, 가장 먼저 미지의 세계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독특한 형상의 에스컬레이터 터널을 만나게 됩니다. 1층에서 3층으로 바로 연결되는 이 수직 전시 터널은 현실 세계와 로봇인공지능기술이 펼칠 미래 세계 사이에 있는 이중성의 날카로운 경계를 용해시키는 특별한 공간입니다. 이 터널을 구현하기 위해 항공기나 선박의 구조를 만드는 기술이 사용되었습니다. 3차원 모델링 파일에서 단면 형상을 추출하여, 철판을 레이저 CNC로 가공해 일정 간격으로 설치한 뒤, 그 위에 곡면 가공이 가능한 유리섬유 보강 석고보드를 붙여 비정형의 매력적인 터널을 완성했습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동안 곡면 천장에 투사된 프로젝션 아트영상을 보고 있으면 마치 타임터널을 지나가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됩니다.



Q.  앞으로 서울로봇인공지능과학관이 시민들에게 어떤 공간이 되었으면 하시나요?

종종 ‘로봇박물관’이라고 부르는 분들을 만날 때마다 “박물관이 아니라 과학관입니다”라고 정정해 드리곤 합니다. ‘박물관’이 과거의 시간을 박제해 놓은 곳이라면, ‘과학관’은 현재를 탐구하고 미래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담긴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며칠 전, 서울로봇인공지능과학관에 다녀왔습니다. 초등학생부터 청년, 장년층에 이르기까지 과학관을 가득 메운 사람들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사람들에게 정말 인기가 많더라고요. 단순한 로봇의 전시가 아니라 인간과 함께 대화하고 고민하는 인공지능 로봇을 체험하며, 우리 맘속에 있던 인공지능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경계심을 다소 내려놓을 수 있는 유의미한 시간이었습니다.

마치 도시 한복판에 불시착한 우주선처럼, 도시의 맥락과는 다소 무관해 보이는 형태이지만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큰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특별한 장소가 되기를 바라봅니다. 누군가에게는 약속 장소로, 또 누군가에게는 핫한 포토 스팟으로, 그리고 미래의 로봇과 인공지능이 이끌어 갈 세상을 체험하고 배우는 교육문화의 장으로, 서울로봇인공지능과학관이 다양한 방식으로 사랑받으며 서울 동북권을 대표하는 시민들의 소중한 공공건축문화 유산으로 자리 잡기를 희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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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찬 소장  |  위드웍스에이앤이건축사사무소


권혁찬 | 위드웍스에이앤이건축사사무소

위드웍스에이앤이건축사사무소의 공동대표인 그는, 비정형건축 분야에서 독보적인 역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디자인 개발에서 부터 제조, 시공과정에 이르기까지 혁신적인 방식으로 다양한 도전과 실험 등을 진행하고 있다. 주요작품으로 석촌호수아트갤러리, 광주 K사옥, 광교갤러리아백화점 글라스 파사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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