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경사로 잘린 이 동강난 상태의 땅을 어떻게 치유할까, 땅을 완전히 회복시키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사람들이 이곳을 들여다볼 때 이전의 잘린 모습을 인지할 수 없게 어떻게 완화시킬 것인가가 저희 설계의 출발이었습니다.”
Q. 대지의 척박함이 매우 어려운 조건이었다고 들었습니다. 대지는 어떤 모습이었고, 어떤 시선으로 바라본 것인지 궁금합니다.
윤승현 현장을 직접 가보니, 대지에서 주는 메시지가 매우 강력했습니다. 방배5지구 제일 끝단에 위치하는 이곳은 단지를 조성함에 있어 경사를 가급적 뒤로 무를 수 있는 대로 물러 남겨진 자투리땅 같은 곳이었습니다. 공공시설 입지의 적합성은 많은 사람들이 편리하게 접근 가능한 장소여야 하고, 그 다음 도시의 조직과 긴밀하게 관계망을 맺을 수 있는 환경적 조건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해당 대지는 접근성도 매우 불편하고, 각 도시와의 연계망이 거의 단절된 땅으로 보였습니다. 급경사로 잘린 이 동강난 상태의 땅을 어떻게 치유할까, 땅을 완전히 회복시키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사람들이 이곳을 들여다볼때 이전의 잘린 모습을 인지할 수 없게 어떻게 완화시킬 것인가가 저희 설계의 출발이었습니다.
Q. 대지의 조건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아이디어가 적용된 것인가요?
윤승현 어린이공원이 단지 아이들의 공원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한테 친숙하지만 모두를 위한 공원이 되게 하면서, 다목적체육시설과 별개가 아닌 하나의 시설이 되게 하고 싶었습니다. 대지 옆에 도구머리공원과 도구길이라 불리는 방배주택정비구역의 중심생활가로에 면한 공원이 아이들의 놀이공간과 더불어 편안한 휴식공간이 되는 전원의 풍경이 되게끔 하는 접근로를 활용해보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대지를 원래대로 복구하는 건 불가능하니, 건물을 통해 원래 가지고 있던 지형의 흐름을 형상적으로 복원하는 방식을 적용한 거죠.
Q. 설계안의 경사지붕이 매우 인상적으로 느껴졌는데, 이 경사지붕이 경사진 지형과 연결된 거네요.
윤승현 깎여버린 대지 형상에 흐름을 하나 잡아주고자 했습니다. 수영장, 체육관 등 대공간으로 구성된 다목적체육관의 볼륨은 어마어마하게 크기 때문에 우리가 스터디를 하는 과정에서 이 대규모의 압박감을 극복하는게 쉽지 않았거든요. 아이디어를 디벨롭해가는 과정에서 땅이 가진 한계 그리고 그 척박함을 건물을 통해 보완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이어지게 된 것입니다.
Q. 공공건축물로서 이 동네에서 제대로 작동을 해야 하는 거잖아요. 운동 시설을 넘어서 어떤 장소로 작동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신 건가요?
송민준 아쉽게도 이러한 시설들에는 여러가지 프로그램들이 있지만, 등록한 사람들만 이용하는 건물로 역할을 해왔기에 외부에서 봤을 때 단절된 느낌으로, 오히려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시설의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그 외에 다른 사람들도 여기서 일상을 보내며 건물을 쓸 수 있게 열어줘야겠다는 생각이 컸고, 그것이 주변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첫 단계라고 보았습니다. ‘저 안에서 다들 저렇게 이용하는 구나, 나도 한번 들어가볼까’하고 시민이 일상 속에서 편하게 접근하는게 그 공간을 잘 이용할 수 있는 시작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어린이공원에서부터 자연스럽게 연계되면서 가로에서부터 열린, 손벌려 줄 수 있는 그런 경관을 계획하고자 했습니다. 내부가 지하층까지 포함해서 6개 레벨인데, 그 레벨들에 여러 가지 프로그램들을 제안하면서 보다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설계 과정을 거쳐 구체화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윤승현 기부채납 관점에서 좀 더 설명을 덧붙여 보겠습니다. 기부채납이 재개발조합 입장에서는 마치 뺏긴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는, 선입관이 생길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기부채납의 전제조건은 공공뿐만 아니라 조합까지도 매우 요긴하게 쓸 수 있는 공간을 만든다는 것이고, 그래서 저희는 어떤 시설을 만들면 아파트(조합) 주민들도 유용하게 쓸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대부분의 아파트 단지 내에 다양한 부대시설이 있기 때문에 단지 밖을 나갈 일이 없죠. 그래서 다양성 측면이나 공간 또는 운용의 차별성에 있어서 이들을 단지 밖으로 끌어낼 수 있는, 그리하여 단지 내외부 사람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는 것이 기부채납에서 간과하기 쉬운 조건입니다.
기존의 마을은 매우 촘촘하고, 길을 통해 동네사람들이 교류할 수 있는 환경이었는데, 대단지 아파트가 생겨나면서 그러한 요소들이 사라진거죠. 이를 위해 체육시설뿐만 아니라 더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시설들을 어떻게든 이 안에 담아보자는 게 저희의 두 번째 아이디어였습니다.
공공공간을 잘 활용해서 주민 커뮤니티가 발현될 수 있는 여러 운용의 아이디어를 짜보면 이 시설이 단지 체육시설만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주민들을 위해 쓸 수 있을 것이라 봅니다. 아파트 단지 안에 사는 사람뿐만 아니라 이 동네에 또는 다른 단지에 사는 사람들하고 관계가 형성될 수 있게 해주는게 바로 공공 공간이 취해야 될 기본적인 전제이고 태도라고 보았습니다.
Q. 앞으로의 진행은 어떻게 되나요?
송민준 계획설계부터 어떤 조정사항들이 있는지 의견 수렴해서, 여러 심의 절차 및 인증 절차를 거쳐 1년 정도 설계기간이 소요될 예정입니다.
Q. 완공까지 가장 중요하게 가져가야 할 부분 그리고 앞으로 남은 과정에서 가지고 있는 목표는 무엇인가요?
송민준 일단 가장 중요한 것은 당연히 공공건축으로서 그 성격을 잃지 않고 기존에 저희가 생각했던 주안점들을 유지하는 게 제일 중요한데, 발주처가 공공이 아니기 때문에 일부 의견 방향이 안 맞을 수도 있어 여러 가지 부딪힘이 있을 수도 있죠. 하지만 서울시에서 ‘공공건축관리자’ 및 운영위원을 구성해서 프로젝트의 공공성과 운영 프로그램의 원활한 작동 등의 교정과 지원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과정에서 숫자적인 부분을 앞세워 건조하게 가는 게 아니라 저희가 의도했던 대로 모두에게 열린 공공건축물의 방향을 잘 유지시켜 갈 수 있게 면밀히 살펴 진행하는 게 목표입니다.
Q. 공모에 참여하시면서 아쉬운 점이 있으셨거나 바뀌어야 할 부분이라 생각되는 점이 있으신가요?
윤승현 공정한 발주를 위해서 공모 시스템을 마련한 건데,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모든 이야기의 초점이 공정성에 꽂혀 있습니다. 그 공정함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데요. 모든 사람이 공정하게 한다면 공정함을 부르짖을 이유가 없습니다. 공정함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고, 공모에서 가장 중요하게 전제되어야 할 명제는 ‘전문성’입니다. 공모는 가장 좋은 안을 선별하는 제도이자 방법이잖아요. 가장 유효한 안을 잘 뽑을 수 있는 것은 심사의 전문성이죠. 전문가로서 가장 좋은 안을 뽑아야 하는게 심사위원의 역할과 책임입니다. 모든 공모는 심사위원을 어떻게 선정할 것인지와 공모의 기준 지침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이 두 가지로 수렴됩니다.
어떻게 공모의 지침을 만들어 건축가들에게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줄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심사위원을 구성하여 전문성을 확보할 것인가가 제일 중요합니다. 공모의 결과물도 일종의 메시지거든요. 단순히 결과물만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어떤 비전을 제시하는지 변별하고 분해해서 살펴볼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제대로 된 전문가가 균형감을 가지고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중앙대학교 건축학부 교수로, 2004년 (주)건축사사무소 인터커드를 개소한 이래 20여 년 동안 건축의 공공적 가치를 드러내는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해 작품의 결실을 거두었고, 아울러 새건축사협의회 회장, 서울시교육청 총괄자문관, 대한건축사협회 중앙윤리위원회 위원 등 다양한 사회적 역할의 일익을 담당하며, 건강한 건축생태계 조성을 위한 노력도 함께 기울이고 있다. 영주 조제보건진료소, 도화동 복합청사, 북촌 홍연,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 등의 대표작을 통해 다양한 수상 경력을 가지고 있다.
(주)건축사사무소 인터커드의 대표로 서울특별시 공공건축가와 부천시 공공건축가이며, 중앙대학교 건축학부의 겸임교수이다.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등 주요 실무를 거쳐 2019년 대표로 취임하였다. 대표 프로젝트로 여수중그린스마트미래학교와 등촌동어울림플라자, 대치근생주택(casa del caracol)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