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구성하고 있는 건물들은 저마다의 정체성이 담긴 표정이 있습니다.
‘서울창업허브 구로’의 정체성 있는 표정은 건축가가 제시하는 건축물 외관이 아니라, 창업인들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Q. 설계 과정에서 직면한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이고, 어떻게 해결하셨는지요?
계획대지는 오랫동안 교정시설 자리 잡고 있어서 활력 있는 공공보행 흐름이 거의 단절된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만, 최근에는 공원/주거/상업시설들이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급격히 보행자 중심의 공간으로 바뀌고 있는 상황입니다.
문제는 창업지원의 목적으로 본 건물이 계획대지에 자리를 차지하게 되면, 보행자 중심 공간의 물리적 양이 줄어들게 되는 것이었는데, 어떻게 하면 본 건물 기능을 살리면서도 보행자들을 위한 열린 공간을 제공할 수 있는 양립적 방법에 가장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이러한 고민 끝에 고척공구상까지 연결 가능한 열린 외부공간을 만들어주되, 창업인들을 위한 제품 비즈니스 홍보공간 기능도 함께 할 수 있도록 하면서, 이 공간의 활성화를 위해서 커피숍 같은 근린생활시설도 입점할 수 있게 고려하는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Q. ‘반짝이며 떠있는 도시큐브’ 개념이 새로운 창업허브의 활기찬 에너지와 매치되는 듯해 보입니다. 이를 위해 저층부, 고층부 외피계획을 따로 한 것인지요? 재활용 자원을 자재로 선택하신 이유도 궁금합니다.
도시를 구성하고 있는 건물들은 저마다의 정체성이 담긴 표정이 있습니다. ‘서울창업허브 구로’의 정체성 있는 표정은 건축가가 제시하는 건축물 외관이 아니라, 창업인들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떠있는 매스를 디자인적으로 강조하게 위해서 하부디자인을 심플하게 만들었지만, 실질적으로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떠있는 매스 속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도시에 투영시켜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런 표정이야말로 도시의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자원 재활용의 문제는 건축행위를 함에 있어서 미래세대들을 위한 당연한 선택입니다. 하나뿐인 지구를 지키는 것은 슈퍼맨만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Q. 실시설계 및 시공과정을 겪으며 원래의 계획안이 변경되는 경우가 있기도 합니다. 앞으로의 시공과정 및 준공까지 변하지 않고 지켜져야 할 설계 주요점은 무엇인가요?
설계과정에 여러 변수가 많아서 주어진 공사비를 맞추느라 우선순위를 두고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건축물의 존재목적은 성공 창업을 꿈꾸는 이용자에게 풀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기에, 이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 것에 마지노선을 두고 작업에 임할 생각입니다. 이 건물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개인 혼자이거나 소수집단이기에, 이들의 상호 간 관계 속에서 시너지가 날 수 있는 여러 건축적 공간은 어떤 일이 있어도 지켜가야 할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Q. 이번 설계공모에 참여하시면서, 현 공모시스템에 건의하실 의견이 있으신지요? 공공건축물 건립과정에 있어 보다 효율적인 진행과정을 위한 어떤 의견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공사비 측면에서 두 가지 문제점이 있어 보입니다. 설계공모 단계에서 계획안을 제안하는 건축가가 주어진 예산을 어느 정도 고려해서 디자인하지만 그것이 정확할 순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모단계에서부터 개략공사비 산정한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 첫 번째 문제인 것 같습니다.
공모 당선 후 설계 진행과정에서도 많은 변수들이 발생하고, 이에 대응하려면 주어진 공사비를 초과할 경우가 거의 대부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사비는 거의 변경되지 않기 때문에, 처음에 제안했던 계획안 대비 ‘용두사미’의 결과물이 만들어지는 게 두 번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보다 질적으로 우수한 공공건축물이 되기 위해서는 공사비에 따라 목적하는 건축물을 맞출 게 아니라, 설계안에 공사비가 따라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이번 설계공모에 당선된 소감과 앞으로의 다짐에 대해서 말씀해 주세요.
먼저 이번에 저희 건축사사무소에 설계할 기회를 주신 프로젝트 서울 관계자와 심의위원분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고, ‘서울창업허브 구로’가 좋은 공공건축물로 남을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번 작업에서 무한한 고민을 함께해 준 정예진, 김수정, 김호정, 박현정님에게 감사드립니다. 응원을 아끼지 않은 나승현 소장님, 이경선 교수님에게도 감사를 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요즘 민간 건축분야는 분양시장까지 얼어붙어있는 데다가 인건비나 자재비가 너무 많이 올라서 건축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고, 공공건축분야도 물량이 줄어들어 설계공모단계에서 과다경쟁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장기화됨에 따라, 저희 회사같은 소수건축집단들은 열정을 쏟아내는 노력과는 별개로 장기적인 경영난에 ‘이제 그만 접어야 하나’ 생각할 만큼 어려운 현실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데, 같이 힘내자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박노욱 | 건축학동 건축사사무소(주) | i-architects.com
건축학동은 건축을 필업으로 생각하는 소수로 이루어진 설계집단으로, 지향하는 건축목표는 과정적 즐거움과 건축적 경외감이 있는 공간을 실현하는 것이다. 건축학동의 대표 건축사인 박노욱은 화성시 공공계획가 및 홍익대학교 외래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남도의병역사박물관 국제현상설계, 동탄중앙도서관 현상설계, 화성독립운동기념관 건립공사 현상설계, 국립나주박물관 디지털복합문화관 현상설계 등 여러 공공건축물 설계에 당선되어 설계를 진행하였으며, 2023년 경주시 건축상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