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수직적 건축이 불가피한 조건 속에서 ‘골목길의 도시성’을 해석하셨다고 하셨는데, 그 개념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공간은 어디라고 생각하시나요?
‘골목길의 도시성’이란 수평적인 도시가 밀도가 높아지며 수직화되어가지만 다채로운 골목길 도시조직의 성격을 수직공간에 부여해 보려는 시도입니다. 이 노력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공간은 특정적인 한 층이나 장소라기보다, 적층된 다섯 개의 닫힌 상자들 사이에 번갈아 네 개의 열린 공간들이 만들어내는 흐름이라고 생각합니다.
골목길은 단순히 이동을 위해 규정된 공간이 아니라, 지나가다 멈추고, 다른 이들과 마주치고, 다시 흘러가는 공간이죠. 서울영화센터에서는 1층 로비에서 시작해 세 개의 상영관, 시네마라운지(전시공간), 다목적실, 시네마스카이(옥상극장)로 이어지는 수직 동선을 따라 이러한 흐름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외부로 열려 있는 열린 공간들은 머물고, 우연한 장면을 발견할 수 있는, 친밀한 성격의 수직 산책로라 할 수 있습니다.
Q. 이 건축을 ‘공공건축’으로서 정의한다면, 가장 중요하게 지키고자 했던 가치는 무엇이었나요?
공공건축으로서, 각 이용자가 자신의 방식으로 머물고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상영을 보러 온 관객, 자료를 찾으러 온 연구자, 창작을 위해 온 영화인, 우연히 들어온 시민들이 서로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완전히 분리되지 않도록, 문화 생산에 필수적인 개방성, 연결성을 부여하여 다양한 영화 활동 사이의 여러 접촉점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이러한 공간 구성이 공식적인 상영은 물론 비공식적인 커뮤니티 모임까지 모두 수용하며, 영화 활동, 즉 전문가들의 생산과 시민들의 향유가 도시의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조우하기를 바랍니다.
Q. 영화 관람을 상영관 내부에 한정하지 않고 건물 전체로 확장하고자 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시민들이 이 공간을 어떻게 사용하길 바라셨는지도 함께 듣고 싶습니다.
모두가 각자의 작은 스크린을 들고 다니는 시대에, 영화는 더 이상 극장 안에서만 소비되는 매체가 아닙니다. 이와 연장되는 영화 관람을 둘러싼 전후의 시간과 사회적 경험을 회복하고자 했습니다. 서울영화센터의 핵심공간은 진지한 감상을 위한 상영관이지만, 또한 영화를 보러 온 관객과 창작자들이 꼭 상영을 보지 않더라도 이곳을 드나들고 머물며, 커뮤니티로써 지속적인 관계를 맺게 되길 기대합니다.
상영을 보러 온 관객, 자료를 찾으러 온 연구자, 창작을 위해 온 영화인, 우연히 들어온 시민들이 서로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완전히 분리되지 않도록,
문화 생산에 필수적인 개방성, 연결성을 부여하여 다양한 영화 활동 사이의 여러 접촉점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Q. 설계 단계에서 상상했던 모습과 실제로 완성된 건축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었나요?
4층이 자료실×도서관에서 전시장 위주로 기능이 바뀌었습니다.
Q. 이 건축이 시간이 지나면서 어떤 방식으로 ‘완성’되기를 기대하시나요? 프로그램의 변화나 시민의 사용을 통해 어떻게 진화하길 바라시는지도 궁금합니다.
건축이나 영화가 닮은 점이 있다면, 오랜 시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일 것입니다. 그러나 완성되어 개봉되는 영화와는 달리 건축은 완공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건축은 다양한 방식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더해지면서 비로소 완성되고, 끊임없이 새로워지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영화센터는 완결된 몽타주가 아닌, 사용을 통해 계속 편집되는 몽타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시민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머물고 활동이 축적될수록, 이 공간은 점점 더 충무로다운 장소가 되어갈 것이라 기대합니다.
Q. 이 공간을 처음 방문하는 시민들에게, 특별히 경험해보길 권하고 싶은 장면이나 장소가 있다면 어디일까요?
처음 방문하신다면, 상영하는 상영관 하나를 목표로 하기보다 에스컬레이터를 따라 위로 올라가며 층마다 펼쳐지는 다양한 공간을 경험해 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친구나 일행을 기다리는 동안 전시를 보고, 테라스와 옥상에 올라 충무로와 을지로의 풍경을 바라보며, 건물 곳곳에 숨어 있는 여러 장면들을 천천히 찾아보셔도 좋겠습니다.
Q. 과거 충무로에서 진행했던 작업들이 이번 서울영화센터에 어떤 방식으로 이어졌다고 보시나요?
매스스터디스가 충무로에서 처음 선보인 건축작업은 2002년의 충무로 활력연구소(이후 오!재미동)였습니다. 활용도가 낮던 지하철 통로를 영화 활동을 위한 커뮤니티 허브로 바꾸었습니다. 50석 극장, 실험 영화 아카이브, 디지털 제작실 등이 들어섰고, 지금은 사라졌지만 당시 이 공간은 영화와 예술 관련 서적, DVD를 무료로 열람할 수 있는 충무로 영상센터 ‘오!재미동’으로 이어졌습니다.
이 작업은 충무로의 비활성 도시공간을 문화 인프라로 전환한 선례였습니다. 서울영화센터에도 자연스럽게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지하철 통로라는 좁고 긴 수평적 공간을 수평적 움직임의 몽타주로 구성했다면, 서울영화센터는 수평이냐 수직이냐의 차이일 뿐, 제한적인 도시 부지를 풍부한 공간적 몽타주로 변형한 것입니다. 앞으로도 충무로가 서울의 영화 커뮤니티를 위한 정체성을 지속적으로 확장시킬 수 있길 바랍니다.
조민석 | 매스스터디스
조민석은 2003년 서울에서 매스스터디스 건축사무소를 설립했다. 사회·문화 및 도시 연구를 통해 새로운 건축적 담론을 제시하는 그의 대표작으로는 픽셀 하우스, 실종된 매트릭스, 다발 매트릭스, 상하이 엑스포 2010: 한국관, 다음 스페이스 닷 원, 티스톤/이니스프리, 사우스케이프 스파 & 스위트: 클럽하우스, 돔-이노, 대전대학교 기숙사, 스페이스K 서울 미술관, 페이스 갤러리 서울, 원불교 원남교당, 초루, 주한 프랑스 대사관 증개축, 오셜록 티뮤지엄 증축과 리모델링이 있다. 현재는 현상설계 당선작인 당인리 문화발전소(당인리 포디움과 프롬나드), 양동구역 보행로 조성사업 (소월숲)과 연희 공공주택 복합시설이 진행 중이다. 최근 준공 프로젝트로는 오설록 티팩토리, 서펜타인 파빌리온 2024 군도의 여백, 서울영화센터(몽타주 4:5) 등이 있다. 또한, 2011년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 전시를 공동 기획했고, 2014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겸 공동 큐레이터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였다. 2014년 삼성 플라토 미술관에서 <매스스터디스 건축하기 전/후> 개인전 등 다수의 전시와 강의를 통해 활동하고 있다.